httpscdn.imweb_.methumbnail202505099308327eb6353.png

경북 안동의 고즈넉한 옛 안동역 광장이 15일 새벽부터 술렁였습니다. 2015년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 3일) 속 ‘10년 뒤 재회’ 약속을 지키려는 제작진과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입니다.


옛 안동역 전경
이미지 출처 : KBS 뉴스

그러나 기대로 가득했던 현장은 오전 7시 51분 돌연 접수된 폭발물 설치 협박으로 긴장감이 고조됐습니다. 경찰특공대·소방당국이 즉각 출동해 역사와 광장을 통제하며 수색에 나섰고, 재회를 기다리던 인파는 안전지대로 대피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위협한 공중협박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 경북경찰청 관계자 설명

다행히 실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이미 촬영 장비가 철수하고, 제작진과 출연진의 ‘10년 전 약속’은 잠시 미뤄졌습니다.


통제 중인 경찰
이미지 출처 : 중앙일보

다큐 3일은 2007년 KBS에서 시작해 ‘72시간 관찰’이라는 파격적 포맷을 선보였습니다. 특정 공간을 3일간 밀착 관찰해 공간과 사람의 숨은 이야기를 드러내는 방식이 시청자 몰입도를 극대화했습니다.

2015년 8월 15일 방영분에서는 ‘광복절 아침, 안동역 3일’을 담았습니다. 당시 ‘내일로’ 티켓으로 전국을 여행하던 대학생 두 명이 인터뷰 도중 “10년 뒤, 2025년 8월 15일 아침 8시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해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세월이 흘러 프로그램은 2022년 종영했지만, 10년 약속이 회자되며 SNS·커뮤니티에서 재조명됐습니다. 이에 KBS는 특별판 제작을 결정했고, 팬들과 여행객은 ‘다큐 3일 성지순례’라 불리며 안동역을 찾았습니다.

‘다큐 3일’ 특별판 예고 사진
이미지 출처 : 뉴스1

예기치 못한 소동에도 현장에는 아련함이 남았습니다. 일부 시민은 “10년을 기다린 약속이니 언젠가 반드시 성사될 것”이라며 다큐멘터리의 힘과 약속의 가치를 재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해프닝을 통해 다큐멘터리의 사회적 파급력을 재조명합니다. 문화평론가 김은정 씨는 “‘72시간 기록’이 가진 진정성이 시청자에게 장기 기억으로 자리 잡아,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면서 “현실과 방송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집단적 추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제작진 역시 재촬영 의지를 밝혔습니다. KBS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일정을 조율해 시민들과 출연진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방송 예정일은 아직 미정이나, 공식 유튜브·KBS 2TV 채널을 통해 향후 공지될 전망입니다.

한편 ‘다큐 3일’ VOD는 KBS 공식 OTT와 일부 플랫폼에서 다시보기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경복궁 편’·‘부산 국제시장 편’·‘속초항 편’ 등 인기 회차들도 함께 묶여 있어, 휴가철 다큐 몰아보기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 해프닝을 넘어 다큐멘터리가 만들어낸 사회적 연대공공 장소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동시에 일깨웠습니다. 약속은 잠시 멈췄지만,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다큐 3일이 재개될 그날, 옛 안동역 광장은 다시 한 번 삶과 기억이 교차하는 ‘72시간의 드라마’를 써 내려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