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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스트의 아이콘’ 이상이 올해로 탄생 115주년을 맞았습니다. 서울 은평구 한국근대문학관에서 9월 1일부터 열리는 『이상, 그리고 우리의 날개』 특별전은 그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과 작품 세계를 총망라합니다.


전시는 총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섹션 “탄생과 청년기”에서는 이상의 본명 김해경, 그리고 건축기사로서의 이력이 드러나는 도면과 일기장을 공개합니다. 1930년대 경성역 대합실 설계도이상의 ‘해체와 재조립’ 미학이 건축적 상상력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입니다.

두 번째 섹션은 “문학적 폭발”입니다. 여기서는 『오감도』 원본 필사본, 『날개』 초판, 잡지 『조광』 게재본 등이 전시돼 이상 특유의 난해하지만 미학적인 문장 구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로 시작되는 『오감도』는 당시 검열 당국의 삭제 압력을 받았지만, 오늘날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최고봉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지막 섹션 “죽음과 영원”에서는 북경에서의 투병 기록, 그리고 이상의 사후 발간 자료가 소개됩니다. 특히 1937년 4월 17일 그의 사망 직전 남긴 유언장 초고는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이번 전시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AI 기반 ‘이상 필체 복원 프로젝트’입니다. 딥러닝 모델이 500여 장의 육필 원고를 학습해 이상의 필체로 방문객 이름을 즉석에서 써주는 퍼포먼스가 준비돼 있습니다. 프로젝트 책임연구원 김서연 박사는 “텍스트를 넘어 데이터로서의 이상을 재해석하는 실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시 공간 한가운데에는 360도 파노라마 프로젝션이 설치돼 『날개』의 주요 구절이 도시의 건축 풍경과 겹쳐지며 회전합니다. 관람객은 마치 ‘날개’로 하늘을 비상하듯 몰입형 체험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문학평론가 장성욱 교수와의 주말 특강, ‘이상 낭독회’, 그리고 건축 투어 프로그램 등 다양한 연계 행사로 이어집니다. 특히 9월 15일 진행되는 ‘이상과 경성의 카페 문화’ 강연은 예매 시작 30분 만에 좌석이 매진되며 높은 열기를 입증했습니다.

전시장 내부 카페에서는 1930년대 레시피를 복원한 ‘가배(珈琲)’를 맛볼 수 있습니다. 기획사 측은 “독립운동가이자 예술가였던 이상이 즐겨 찾았던 다방의 풍미를 재현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람 정보(🕒) : 매주 화~일 10:00~18:00, 월요일 및 추석 당일 휴관입니다. 성인 8,000원, 청소년 5,000원, 65세 이상 무료이며 온라인 예매 시 10% 할인 혜택이 제공됩니다.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된 한정판 아트북은 1,000부 이상 판매되면 재인쇄 없이 절판될 예정이어서 애호가들의 치열한 ‘굿즈 경쟁’이 예상됩니다.

국내외 학계에서는 이번 전시를 두고 “이상텍스트 소비가 아닌 공간 예술로 확장한 첫 시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시 큐레이터 이유나 씨는 “빈틈파격으로 대표되는 이상의 정신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습니다.

가을 밤, 근대 문학의 거울에 비친 현재를 만나고 싶은 독자라면 이번 전시에서 이상이 던지는 질문—“나는 나에게로 날아간다”—를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의 파편화된 언어가 여전히 우리 시대의 현실과 공명함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