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4년, 일본과 한반도가 다시 묻는 ‘지진의 시대’ 생존 전략
라이브이슈KR | 국제·사회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도호쿠 지방 태평양 연안을 강타한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이었습니다. 이 거대지진은 일본 사회는 물론, 전 세계의 지진 관측·재난 대응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사건이었습니다.
최근 일본 아오모리현 인근에서 규모 7.6 지진이 발생하면서, 현지 전문가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 체감하는 강한 흔들림”이라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X(옛 트위터) 등 SNS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의 공포가 떠오른다”는 글이 다시 공유되고 있습니다.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 왜 ‘동일본 대지진’이라 부르나
나무위키 등에서 정식 명칭은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東北地方太平洋沖地震으로 표기합니다. 그러나 일본 내·외 언론과 학계에서는 주로 동일본 대지진(東日本大震災), 혹은 도호쿠 대지진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같은 명칭에는 단순한 지진을 넘어, 지진·쓰나미·원전 사고가 겹친 국가 대재난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피해 범위가 일본 동북부를 넘어 도쿄까지 이어졌고, 방사능 문제는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기 때문입니다.

규모 9.0, ‘얇고 미끄러운 단층’이 만든 초대형 지진
과학기술 지식인프라 사이언스온에 정리된 기사에 따르면, 국제 공동연구진은 동일본 대지진의 원인으로 “유난히 얇고 미끄러운 단층”을 지목했습니다. 태평양판이 북미판 아래로 파고드는 섭입대 경계부에서 이 얇은 단층이 대규모로 미끄러지면서,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지진과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태평양 북서부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처럼 거대한 지진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 국제 연구진 분석, 사이언스온 기사 요약
연구진은 일본의 심해 시추선 ‘치큐호’를 이용해 지진 당시 갈라진 일본 해구 단층대를 직접 시추하고, 약 50일간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층대의 마찰이 매우 낮고, 파단이 해저면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점이 바로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가 이례적으로 컸던 이유로 지목됩니다.
쓰나미와 원전 사고, ‘복합 재난’의 상징이 되다
동일본 대지진은 지진 그 자체보다, 이어진 쓰나미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더욱 크게 기억됩니다. 높이 10m를 훌쩍 넘는 쓰나미가 방파제를 넘어 도호쿠 연안을 덮쳤고, 이로 인해 지역 사회는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습니다.
쓰나미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전원 공급과 냉각 기능을 마비시키며 레벨 7의 중대 원전 사고를 촉발했습니다. 이는 체르노빌과 같은 최고 등급으로, ‘지진-쓰나미-원전’이 연쇄적으로 이어진 복합 재난의 전형으로 전 세계 재난 연구의 기준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오쓰치초 구 청사 터에 세워진 추모 기념비
NHK WORLD-JAPAN에 따르면, 2025년 12월 7일 이와테현 오쓰치초 구 청사 터에는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 40명을 추모하는 기념비가 새로 세워졌습니다. 당시 쓰나미로 이 지자체에서만 40명의 관계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기념비 제막식에는 유가족과 지역 주민들이 참석해 조용히 묵념을 올렸습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지역 사회가 재난의 기억을 현재형으로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한편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NHK 지진 속보 영상이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영상 속 아나운서는 스튜디오가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침착하게 쓰나미 경보와 대피 정보를 반복 안내하고 있어, ‘방송국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 정도로 침착할 수 있나’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1년 이후 처음 느낀 강한 흔들림”…SNS가 되살린 기억
최근 일본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X(옛 트위터)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 겪는 강도”라는 글들이 빠르게 공유되고 있습니다.
한 이용자는 “지진 발생 15초 후 집안 물건이 흔들리며 15초 정도 진동이 이어졌다”며, “2018년 홋카이도 대지진 때도 흔들림을 못 느꼈는데 이번엔 확실히 달랐다”는 증언을 남겼습니다.
다른 이용자는 “워홀 귀국 3일 전 겪었던 지진과 비슷하다”며, “그때도 쓰나미 경보가 나오고 ‘동일본 대지진 여파’라는 말이 돌았는데, 짐을 싸둔 방 안에서 흔들리는 커튼을 보며 떨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의 심리적 상처가 여전히 일본 사회에 깊게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바꾼 일본의 지진·쓰나미 경보 시스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은 지진·쓰나미 경보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했습니다. 방송과 스마트폰, 라디오, 사이렌을 동시에 활용하는 다중 경보 체계가 대표적입니다. 일본 거주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휴대전화에서 울리는 지진 조기경보 알람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린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기상청과 NHK는 방송 화면에 진도·규모·도시별 예상 진동·쓰나미 도달 예상 시각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반복적으로 고지대 대피를 안내합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시민들의 “지진 발생 시 먼저 TV 또는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곧바로 몸을 보호하는 행동을 한다”는 습관도 크게 강화됐습니다.
한반도는 안전한가…‘지진의 시대’에 필요한 현실적 대비
‘일본 지진’과 ‘일본 아오모리 지진’이 연이어 화제가 되면서, 한국에서도 “한반도는 과연 안전한가”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경북·포항·경주 일대를 중심으로 체감 지진이 반복되면서,
“지진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동일본 대지진이 보여준 것처럼,
“지진 피해의 크기는 규모보다 대비 수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합니다. 일본은 이미 건물 내진 설계·지진 조기경보·학교 교육이 상당 수준에 올라있음에도 대규모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지진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한반도에서의 대비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 기억해야 할 ‘동일본 대지진식’ 지진 대피 5원칙
동일본 대지진의 교훈과 일본 내 안전 캠페인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응용 가능한 지진 대피 기본 수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강한 흔들림(진도 4~5 이상)을 느끼면, 즉시 머리를 보호합니다.
책상 아래로 들어가 머리와 목을 감싸거나, 가방·쿠션 등으로 머리를 가립니다. -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는 이동하지 않습니다.
계단, 엘리베이터, 유리창 근처는 특히 위험하므로 피해야 합니다. - 흔들림이 멈추면, 신발을 신고 출구를 확보합니다.
파손된 유리나 잔해를 밟지 않도록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 해안 지역에서는 수 분 이내에 고지대로 이동합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는 지진 후 10~30분 이내에 도달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쓰나미 경보를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이동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가족·지인의 안부 확인은 문자·메신저를 우선 사용합니다.
음성 통화는 폭주로 마비될 가능성이 크므로, 문자·SNS·재난 메시지를 활용하는 편이 통신망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이 같은 수칙은 일본의 방재 교육에서 이미 일상화된 내용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방재훈련을 통해 이 원칙을 반복적으로 체득시키고 있습니다.
한·일이 함께 기억해야 할 ‘연대’와 ‘기억’의 의미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2011년 일본 대지진 당시 한국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가”를 돌아보는 글도 다시 등장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상당한 규모의 성금과 구조대를 파견했지만, 일본 일부 언론과 인터넷 공간에서 한국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의 순간, 국경을 넘어선 인도적 지원과 연대가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미국·대만·태국·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구조대와 성금이 모였습니다. 오늘날 일본의 아오모리 강진이나 대만 화롄 앞바다 지진 소식에 한국 시민들이 “피해가 크지 않기를 바란다”고 SNS에 쓰는 것 역시,
그날의 경험이 남긴 공감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을 잊지 않는 것’이 곧 우리의 안전이다
동일본 대지진은 한 세대가 겪은 가장 참혹한 자연재해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진 위험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생활 속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일본 아오모리 지진, 대만 지진, 그리고 한반도 곳곳의 미소지진 소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날을 잊지 않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의 생존 전략을 점검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효과적인 지진 대비는 ‘기억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쓰치초 구 청사 터에 세워진 동일본 대지진 추모 기념비, 방송과 교과서 속 재난 교육, 매년 반복되는 방재훈련은 모두 그 기억을 현재로 불러오는 장치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일본과 한반도 모두가 ‘지진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그 출발점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알람 소리에 몸을 낮추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