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윤일봉 별세…한국 멜로드라마의 얼굴이 남긴 유산
라이브이슈KR · 문화취재팀

1960~1980년대 한국 멜로드라마의 상징적 얼굴이었던 원로배우 윤일봉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91세입니다.
발레무용가 윤혜진의 부친이자 배우 엄태웅의 장인으로도 잘 알려진 윤일봉은, 한국 영화사에서 로맨스 영화의 한 축을 형성한 주역으로 평가받습니다.
충북 괴산에서 스크린까지 – 한국 멜로 배우의 원형
윤일봉은 1934년 3월 1일 충청북도 괴산군에서 태어났습니다. 180cm에 가까운 큰 키와 단정한 이목구비로, 당시 관객들에게 “화면을 꽉 채우는 주인공 얼굴”로 기억됩니다.
10대였던 1947년 문화영화 <철도이야기>로 데뷔했고, 이듬해 상업영화 <푸른 언덕>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영화와 연극 무대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았습니다.
1960~80년대 스크린을 수놓은 로맨스 주인공
1960~1980년대는 한국 영화의 멜로드라마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였습니다. 그 중심에 바로 윤일봉이 있었습니다.
그는 <별들의 고향>, <맨발의 청춘> 등 한국 영화사에 남은 작품들과 더불어, 중년의 사랑과 비극을 담은 다양한 멜로 영화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젊은 여주인공과 비극적인 사랑에 빠지는 중년 남자 역할의 전형을 만든 배우가 바로 윤일봉입니다.”*영화계 평가
<내가 버린 여자>(1977), <내가 버린 남자>(1979), <바다로 간 목마>(1980)에서 그는 사랑과 죄책감,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습니다.
수상 경력으로 확인되는 연기 내공
원로배우 윤일봉의 연기 인생은 각종 영화제를 통해 공식적으로도 인정받았습니다. 그는 1967년 대종상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1984년에는 같은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이 수상 경력은 조연에서 주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한 배우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멜로 스타를 넘어, 시대가 요구한 감정선을 견고하게 표현한 배우였다는 평가가 이어집니다.
스크린 밖의 삶 – 가족과 동료들이 기억하는 사람
윤일봉은 스크린 밖에서는 가족애가 깊은 가장이자,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로 기억됩니다.
그의 딸인 발레무용가 윤혜진, 사위인 배우 엄태웅, 그리고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손녀 엄지온까지, 예술가 가문의 계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료 배우 한지일은 자신의 SNS에 “또 한 분의 큰별, 믿을 수가 없네요. 윤일봉 선배님, 아니 윤일봉 아저씨”라며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그는 1960년대 홍콩 활동을 접고 귀국한 뒤 후배들의 배우 생활에 결정적인 영감을 주기도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윤일봉 필모그래피를 다시 찾는 관객들 🎬
윤일봉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영화 플랫폼과 포털사이트에서는 그의 대표작을 다시 찾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철도이야기>, <푸른 언덕>, <내가 버린 여자>, <내가 버린 남자>, <바다로 간 목마> 등 “윤일봉 출연작”을 검색하는 이용자가 급증하며, 1960~80년대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별들의 고향>, <맨발의 청춘>과 같이 제목만으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은, 세대 간 대화를 이끄는 매개가 되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사랑했던 배우 윤일봉을 통해, 자녀 세대가 옛 한국 영화를 처음 접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왜 지금 윤일봉을 기억해야 하는가
오늘날 K-콘텐츠는 OTT 플랫폼과 함께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미학은, 윤일봉이 활동하던 흑백 시대와 필름 시대의 토대 위에 서 있습니다.
그가 구축한 “감정의 절제와 여백을 중시하는 멜로드라마 연기”는, 과장보다 섬세함을 중시하는 한국식 서정성의 기원이기도 합니다.
윤일봉의 연기는 “말보다 눈빛이 먼저 설명하는 멜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까지도 한국 드라마 남자 주인공들의 표현 방식에 깊게 스며 있습니다.
영화인들이 본 윤일봉의 의미
영화계에서는 윤일봉 별세를 두고 “한국 멜로드라마 한 시대의 종언”이라는 표현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20세기 중반을 대표하던 원로배우들이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면서, 한국 고전영화의 기억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제와 시네마테크에서는 그가 출연한 주요 작품을 다시 상영하거나, 추모전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꾸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영화계 관계자 전언)
시대가 바뀌어도 남는 것 – 배우 윤일봉을 보는 방법
젊은 세대에게 윤일봉의 이름은 다소 낯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현재의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가 어떤 길을 통해 지금의 스타일에 도달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표작 몇 편을 시간 순으로 감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입문용 – 1950~60년대 멜로 영화들로, 당시 한국 사회의 분위기와 가치관을 함께 체감할 수 있습니다.
- 전성기 – 1970~80년대 <내가 버린 여자>, <바다로 간 목마> 등에서 성숙한 중년 멜로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비교 감상 –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와 번갈아 보며 “멜로드라마 연기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법입니다.
남겨진 과제 – 원로배우 아카이빙의 필요성
윤일봉 별세 소식은 원로배우에 대한 기록과 복원 작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합니다. 필름이 손상되거나, 방송 아카이브가 소실되기 전에 체계적인 디지털 보존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과거의 스타와 작품을 보존하는 일은 단지 향수를 위한 작업이 아니라, 미래 창작자들의 레퍼런스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배우 지망생과 영화 전공 학생들에게도, 윤일봉의 필모그래피는 살아 있는 교과서입니다.
조용하지만 깊은 이별
고인의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객들은 온라인 추모 글과 함께 “윤일봉 선생님, 당신의 영화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커튼콜을 올린 배우
배우 윤일봉은 이제 무대를 떠났지만,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은 계속해서 관객과 마주하게 됩니다. 필름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그의 눈빛과 목소리는, 세대를 건너 새로운 관객을 만날 것입니다.
한국 멜로드라마의 얼굴이었던 배우 윤일봉, 그의 마지막 커튼콜은 조용했지만 그가 남긴 흔적은 오래도록 영화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