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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등장한 ‘플리바게닝’…윤석열 내란 재판이 던진 형사사법 개편 논쟁

취재·정리 = 라이브이슈KR 법조팀

플리바게닝 논란을 다루는 법원 관련 이미지
사진 출처 : JTBC 뉴스 화면 캡처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에서 플리바게닝 제안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생소했던 플리바게닝 제도가 한국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법정에서 “특검으로부터 플리바게닝 제안을 받았다”고 증언했고, 이에 대해 특검팀이 “제도 취지를 설명했을 뿐”이라며 맞서면서, 수사기관의 협상 수사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논쟁이 커지고 있습니다.


플리바게닝이란 무엇인가…개념과 기본 구조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은 영어 그대로 번역하면 ‘유죄 협상’을 뜻합니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 수사·재판에 협조하는 것을 전제로, 검찰이 형량 감경 또는 기소 범위 축소 등을 약속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영국 등 영미권 형사사법에서는 이미 일상화된 제도이며, 중대 범죄 사건에서 수사의 효율성신속한 재판을 위해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플리바게닝은 유죄 인정형량 협상을 맞교환하는 제도입니다1. 수사협조자 감면, 사법 협조자 감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핵심은 동일합니다.”

1 해외 형사사법 실무에서 통용되는 일반적 정의입니다.

노상원 증언이 촉발한 ‘플리바게닝’ 논쟁의 배경

최근 논란은 12·3 비상계엄 모의 의혹 등으로 기소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법정 증언에서 비롯됐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플리바게닝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한 진술을 할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제도를 설명하며 협조를 요청했다는 취지입니다. 이 발언 이후 “불법 수사냐, 정당한 설명이냐”를 둘러싼 공방이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증언하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관련 이미지
사진 출처 : MBC 뉴스 화면 캡처

윤 전 대통령 측은 공판 후 기자회견에서 특검이 특검법 개정 이전부터 플리바게닝 조항을 거론하며 노 전 사령관을 “불법적으로 회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로 특검 측은 “법 개정 전후 제도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한 것일 뿐”이라며 허위 진술 강요는 없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개정 특검법과 플리바게닝 조항…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쟁점의 핵심에는 최근 개정된 특검법 속 플리바게닝 조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개정 특검법은 수사·재판에 기여한 협조자에 대한 처벌 감경 근거를 신설해, 일종의 법정 플리바게닝을 제도화했습니다.

이 조항은 “수사 또는 재판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엄격한 자백 법칙과 기소 독점주의를 유지해 온 한국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됩니다.

다만 개정 특검법의 적용 시점실제 수사 과정에서의 운용 방식을 둘러싸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플리바게닝 논란은 이런 우려가 현실 사건에서 표면화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불법 회유” vs “제도 설명”…엇갈린 주장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단조은석 특검팀의 입장은 크게 갈리고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입니다.

  • 플리바게닝 제도가 정식으로 시행되기 전부터 노상원 전 사령관에게 관련 조항을 언급하며 진술을 요구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경우 형을 감경해주겠다”는 식으로 허위 진술을 유도했다고 주장합니다.
  • 이를 “불법 수사이자 증인 회유”라고 규정하며 재판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조합니다.

특검팀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개정 특검법과 관련된 제도 취지와 내용을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형량을 미끼로 한 거래는 없었다고 선을 긋습니다.
  • 노 전 사령관의 법정 발언은 “실체를 왜곡하려는 행위”라고 반박하며, 공소 유지 자체를 방해하는 주장이라고 지적합니다.
  • 형 감경 여부는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특검이 임의로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을 둘러싼 특검과 변호인단의 공방
사진 출처 : 세계일보 기사 화면 캡처

플리바게닝의 장점…신속 재판·권력형 비리 수사에 유리

법조계 일각에서는 플리바게닝 도입 자체의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대형 부패 사건이나 권력형 비리, 조직범죄 수사에서는 내부자 진술 없이는 실체 규명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수사의 효율성 제고 : 핵심 인물의 진술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전체 범죄 구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재판 절차 간소화 :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할 경우 장기 재판을 줄여 사법 자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 상급 책임자 처벌 가능성 확대 : 말단보다는 지도부·계획자를 겨냥한 수사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번 윤석열 내란 재판 역시 다수의 군·정보 라인이 얽힌 복잡한 사건인 만큼, 특검이 플리바게닝 제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플리바게닝의 위험…“허위 진술, 약자 강요” 우려도

반면 인권단체와 일부 학계에서는 플리바게닝의 어두운 이면을 우려합니다. 형량 감경이라는 ‘당근’이 피의자의 진술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해외에서도 이미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 무죄 추정 원칙 훼손 :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더 무거운 형”을 암시할 경우 사실상 자백 강요가 될 수 있습니다.
  • 사회·경제적 약자 불리 : 법률 지식과 변호인 조력이 부족한 이들이 충분한 이해 없이 합의를 택하는 위험이 있습니다.
  • 허위 진술 가능성 : 감형을 위해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과장된 진술을 내놓을 유인이 커집니다.

이번 노상원 플리바게닝 논쟁 또한 결국 “진실 발견과 인권 보호 사이의 균형”이라는 오래된 형사사법의 난제를 한국 사회에 다시 던지고 있습니다.


한국식 플리바게닝,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한국이 영미식 플리바게닝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우리 현실에 맞는 ‘한국형 플리바게닝’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논점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1. 협상 주체와 절차의 투명성
    플리바게닝 과정이 비공개 조사실에서 모호하게 진행될 경우, 강압·회유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서면 기록과 법원 직접 심사 등 절차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 법원 통제와 최종 결정 권한
    협상 결과를 법원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재검토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단순히 검찰과 피고인 사이의 합의를 ‘자동 승인’하는 구조는 사법부의 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3. 적용 범위의 명확화
    어떤 범죄와 피고인에 대해 플리바게닝을 허용할지, 중대 인권침해·국가범죄까지 포함할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윤석열 내란 재판 사례는 군 관련 사건과 국가 비상계획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만큼, 향후 다른 권력형 사건에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민이 알아둘 ‘플리바게닝’ 체크포인트

플리바게닝 제도가 점차 확산될 경우, 일반 시민 입장에서 기억해야 할 몇 가지 실질적 포인트도 있습니다.

  • 1. 변호인 조력 필수
    수사기관이 형량 감경·협조를 언급하며 진술을 요구할 경우, 반드시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협상 내용은 서면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 2. 약속의 한계 이해
    검찰 또는 특검이 설명하는 감형 가능성은 결국 법원의 판단에 좌우됩니다. “정확한 형량을 보장한다”는 식의 표현은 법적으로 보장된 약속이 아닐 수 있습니다.
  • 3. 허위 진술 위험
    단기적인 형량 감경만을 노리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경우, 추후 위증죄 등으로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플리바게닝은 어디까지나 진실한 진술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특검과 플리바게닝 제도를 설명하는 방송 보도 화면
사진 출처 : KBS 뉴스 화면 캡처

‘윤석열 내란 재판’ 이후, 플리바게닝 제도 논의 어디로 가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노상원 플리바게닝 증언을 계기로, 국회와 법무부 차원의 제도 보완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특검법뿐 아니라 일반 형사절차 전반에 유죄 협상제를 확대할 것인지 여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한편으로는 동일본 대지진·지진 대비, 엔비디아·AI 산업, 해외 축구 빅매치 등 다양한 이슈 속에서도, 형사사법 시스템 개편이라는 구조적 논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정치적 진영을 떠나, 시민의 권리와 국가의 형사정책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플리바게닝 논쟁이 남긴 질문

결국 이번 논쟁이 남긴 질문은 명확합니다. “더 많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협상’을 허용할 것인가”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이 뒤따릅니다. “그 협상이, 권력과 시민 사이에서 과연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는가”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을 둘러싼 플리바게닝 공방은 단순한 정치·사법 갈등을 넘어, 한국 형사사법의 방향을 둘러싼 거울이 되고 있습니다.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어떤 기준과 안전장치를 마련할지, 한국 사회의 선택이 주목됩니다.


※ 이 기사는 공개된 방송·온라인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플리바게닝 제도의 개념과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개별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은 향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