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령(限日令)’이 뒤흔든 동아시아 질서…중국의 대일 보복, 무엇이 달라졌나
라이브이슈KR | 국제·경제 심층 리포트
한일령(限日令)은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일본 여행과 일본 소비를 사실상 제한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용어입니다.
과거 한국을 겨냥했던 한한령(限韓令)에 빗대 만들어진 표현으로, 이번에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 정면으로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1. 한일령은 어떻게 시작됐나…배경은 ‘대만 개입’ 발언
한일령의 직접적 계기는 일본 총리가 “대만에 일이 생길 경우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한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서 비롯됐습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개입 시사를 주권·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 총리의 대만 개입 발언은 중국 입장에서 레드라인을 건드린 셈입니다. 한일령은 이를 겨냥한 정치·외교적 보복 카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동아시아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공통적 해석입니다.
2. ‘한일령’ 용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한한령의 데자뷔
중국 인터넷 백과인 바이두백과의 ‘한한령’ 문서와 한국 언론 보도를 통해 “한한령 이은 한일령”이라는 표현이 처음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나무위키 ‘2025년 중일 갈등’ 문서 등에서 정리됨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단행했던 한한령이 한류 콘텐츠, 한국 관광, 한국 제품에 대한 전방위적 제한 조치였다면, 한일령은 일본 관광과 소비를 중심으로 한 맞춤형 제재에 가깝습니다.
3. 핵심 내용 ① 중국인의 일본 여행 자제령
현재 알려진 한일령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인의 일본 여행 억제입니다.
중국 정부가 일본행 단체관광 상품 인허가를 사실상 압박하거나, 여행사에 일본 상품 축소를 주문하는 방식으로 한일령이 작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 외신과 동남아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일령 이후 중국인의 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 여행 예약이 전년 대비 20~25% 증가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 안 가요”라는 소비자 정서가 구체적인 여행 행태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

4. 핵심 내용 ② 일본 제품·콘텐츠 소비 위축 압박
한일령은 여행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 브랜드, 일본 문화 콘텐츠 소비 전반에 대한 압박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한령 시기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K팝·게임·화장품 노출이 줄어들었던 것처럼, 일본 애니메이션, 일본 게임, 일본 패션·잡화 등이 비슷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일본 여행은 보이콧하면서 JLPT(일본어능력시험)는 계속 봐도 되냐”는 자조 섞인 글이 공유되는 등, 정책과 일상 사이의 간극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5. 반도체로 번진 파장…中 한일령에 日 ‘수출 제한’ 맞대응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한일령이 반도체 공급망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한일령 이후 일본이 반도체 필수 소재의 對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맞대응에 나섰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 등 첨단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들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IT·전자 산업 전체가 불안 요인을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는 2019년 한·일 갈등 당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한국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가속화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경험이 있습니다.
6. 한국 반도체·소부장 업계에 불어온 ‘기회와 긴장’
이번 한일령 국면에서 주목받는 대목은, 한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대체 공급처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선비즈 등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對중국 수출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등 한국 기업이 일부 품목에서 대체 공급을 맡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실제 투자 커뮤니티와 블로그에서는 “반도체소부장 한일령 수혜주”라는 제목으로 관련 종목을 분석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때 국산화에 성공했던 경험이, 이번 한일령 사태에서 한국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 국내 증권가 리서치센터 분석 인용
7. 동남아 관광 판도 변화…싱가포르·말레이시아의 반사이익
한일령은 관광 지형도 바꾸고 있습니다. 중국인의 발길이 일본 대신 동남아로 방향을 틀면서, 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 등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한일령 이후 싱가포르행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20~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단순한 교통량 변화를 넘어, 동아시아 관광 패턴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일본 관광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로 호텔·면세점·지방 소도시 상권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 손실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8. ‘경제 제재로 외교전’…한일령이 보여주는 새로운 패턴
한일령은 관광·소비를 무기로 한 ‘경제 제재형 외교전’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국가 간 안보 갈등이 발생할 때, 과거처럼 군사적 충돌이 아닌 여행 제한·수출 규제·콘텐츠 통제 등이 먼저 동원되는 패턴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 정책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여행, 쇼핑, 문화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체감되는 파급력이 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9. 한한령과 한일령,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공통점은 두 조치 모두 정치·안보 갈등을 배경으로 한 ‘비공식 제재’라는 점입니다. 양국 정부가 공식 제재를 천명하기보다는, 행정지도·업계 관행·여론 형성을 통해 사실상의 제약을 가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차이점도 분명합니다. 한한령은 중국 내 한국 콘텐츠·브랜드 노출을 전방위적으로 틀어막는 전략에 가까웠다면, 한일령은 일본 여행 자제와 특정 산업(반도체 등) 맞대응에 보다 집중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한한령 당시 한국은 상대적으로 단일 국가였던 반면, 한일령은 미·중 전략경쟁과 대만 문제, 동남아 관광 시장까지 얽힌 복합적인 국제질서 속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훨씬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10. 투자자·기업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
한일령은 정치·외교 이슈이지만, 실제로는 투자와 기업 전략에 매우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반도체·소부장: 일본의 대중 수출 제한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대만·유럽 소재 기업의 기회 요인이 커질 수 있습니다.
- 관광·항공: 일본 인바운드 의존도가 높은 항공사·호텔·면세점은 중국 수요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변화 전략이 필수입니다.
- 소비·콘텐츠: 일본 브랜드, 일본 게임·애니메이션 등은 대체 시장 발굴과 현지화 전략 조정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또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한일령 수혜”라는 단기 모멘텀보다,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11. 앞으로의 시나리오…장기화 vs 봉합
전문가들은 한일령의 향방을 두고 두 가지 시나리오를 거론합니다.
첫째는 장기화 시나리오입니다. 대만 문제와 미·중 전략경쟁이 구조적인 만큼, 한일령이 수년 단위의 신(新) 중일 갈등 국면의 상징적인 조치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둘째는 관리된 갈등·부분 봉합 시나리오입니다. 양국 모두 경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관세·무역전쟁 수준의 충돌로 번지기 전에 관광·소비 제한 수준에서 ‘출구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어느 쪽이든, 한일령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경제외교 카드는 이미 등장했습니다. 향후 동아시아 외교 현안을 바라볼 때, 단순 군사·외교 프레임만으로는 부족해졌다는 의미입니다.
12. 한국에 주는 메시지…‘사드 이후’가 아니다
한일령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집니다. 과거 사드 사태 당시 한국이 겪었던 한한령의 충격을, 이번에는 일본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문화·수출에 의존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앞으로도 정치·안보 갈등이 곧바로 경제 제재로 이어지는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한국 역시 시장 다변화, 공급망 분산, 콘텐츠 플랫폼 다층화 등으로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