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변동불거(變動不居)’…끝없이 흔들리는 시대가 남긴 경고장
글|라이브이슈KR 취재팀

2025년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변동불거(變動不居)’가 선정됐습니다. 전국 대학교수들이 꼽은 이 네 글자는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교수들은 거센 정치적 격변, 경제 불확실성, 기술 변화가 뒤섞인 올 한 해의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로 변동불거를 선택했습니다.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위정자와 시민 모두에게 던지는 시대적 경고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변동불거(變動不居)의 뜻과 유래
변동불거는 한자 그대로 풀면 변할 變, 움직일 動, 아닐 不, 머무를 居
로 구성돼 있습니다. 직역하면 “변하고 움직여,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표현은 주나라 시대 철학서 『주역(周易)』 계사전에 등장하는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주의 질서와 인간 세상의 변화가 한곳에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흐른다는 통찰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세상의 변화하는 양상(易)과 우주·인간의 근본질서(道)가 머물러 있지 않고 두루 흘러다닌다.”
─ 변동불거에 담긴 전통적 해석
전문가들은 변동불거가 단순히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넘어, 변화를 읽고 대응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합니다.
교수들이 왜 ‘변동불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골랐나
교수신문 설문에 참여한 전국 대학교수 766명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이 변동불거에 표를 던졌습니다. 응답 교수들은 정치·사회·경제 전반을 관통한 격변을 선정 이유로 들었습니다.
특히 계엄령 선포,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정권 교체로 이어진 정치 일정은 한국 현대사에서도 손꼽히는 대전환의 해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한 교수는 정권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는 점에서 위정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라고 해석했습니다.※ 일부 언론 인터뷰 취지 종합

정치만이 아닙니다. 고물가·고금리·환율 불안,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반도체·2차전지 산업의 급격한 사이클 변화 등 경제·비즈니스 환경 역시 빠른 속도로 요동쳤습니다. 자산 시장의 급락과 반등은 투자자들에게도 변동성의 위험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여기에 생성형 AI, 반도체, 기후위기, 지정학 갈등이 동시에 부각되며, 교수들은 2025년 한국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배경이 변동불거라는 선택으로 이어졌습니다.
“권력의 세계, 끝이 있다”는 두 번째 메시지
변동불거에는 또 다른 해석이 중첩돼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권력의 세계, 끝이 있다”
는 부제를 달며 정치권을 향한 경고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주역의 세계관에서 ‘변화(變)’는 자연의 이치이며, 어떤 권력도 그 이치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 하더라도 민심의 변화, 시대의 요구, 제도적 견제 앞에서 영원한 지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세상과 민심의 변화에 순응하지 않으면 천명(天命)도 옮겨간다.”
─ 교수들이 해석한 변동불거의 정치적 함의
따라서 변동불거는 단순한 ‘시대 진단’을 넘어, 집권 세력과 정치 지도자들에게 주어진 책무를 환기하는 말로도 읽힙니다. 민심과 동떨어진 권력은 언젠가 교체될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혼란의 시대, 시민에게 던지는 질문
한편으로 변동불거는 시민 개개인의 삶에도 직접 연결되는 화두입니다. 급격한 구조 변화 속에서 직장, 자산, 기술, 관계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수들은 이번 사자성어 선정 이유로 혼란의 시대에 안정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는 점도 함께 들었습니다. 변화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버티고, 또 성장할지를 묻는 질문입니다.
특히 MZ세대와 청년층에게 변동불거는 불안의 언어이자 동시에 기회의 언어로 다가옵니다. 기존 질서가 흔들릴수록 새로운 산업과 직업, 라이프스타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동불거 시대를 살아가는 실질적 전략 4가지
전문가들은 ‘변동불거의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에게 다음과 같은 실질적 대응 전략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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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평생학습과 리스킬링
업·직무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만큼, 온라인 강의, 직무 교육, 자격증 등으로 역량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습니다. -
② 재무 안전망 구축
금리·환율·주가가 크게 요동치는 시기에는 과도한 레버리지와 단기 투기를 피하고, 비상자금과 분산 투자로 기본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③ 정보 리터러시와 팩트체크
격변의 정국일수록 가짜뉴스·선동이 늘어납니다. 다양한 매체를 교차 검증하고,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④ 공동체와 네트워크
변화가 가팔라질수록 혼자 버티기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해집니다. 직장, 지역사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정서적 지지망을 넓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역대 ‘올해의 사자성어’와 비교되는 특징
교수사회가 선정해 온 ‘올해의 사자성어’는 대체로 그 해의 정치 불신, 사회 갈등, 경제 위기 등을 압축해 표현해 왔습니다. 분열과 갈등을 꼬집는 표현이 많았습니다.
이에 비해 변동불거는 갈등 그 자체보다 ‘변화의 속도와 규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보다 두드러진 선택입니다.
또한 정치·경제·사회·기술을 동시에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단일 이슈 중심이 아닌 ‘총체적 전환기’라는 시대 진단이 깔려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정치·사회에 던지는 과제: 안정과 개혁의 균형
전문가들은 변동불거가 특히 정치권과 행정부, 사법부에 무거운 과제를 던진다고 말합니다. 계엄, 탄핵, 정권 교체를 겪은 사회에서 제도적 신뢰 회복 없이는 어떤 정책도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대학 교수는 인터뷰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를 위한 개혁’과 ‘시민의 삶을 지키는 안정’의 균형
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동불거는 결국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변화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는 과제를 정치권에 제시합니다.
개인 차원에서 ‘변동불거’를 읽는 법
‘올해의 사자성어’가 매년 화제가 되는 이유는, 추상적인 한자 네 글자가 개인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변동불거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변동불거를 일상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라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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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의지하고 있는 것은 얼마나 오래 지속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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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변화가 왔을 때, 나는 어느 정도까지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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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변화와 내가 두려워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변동불거의 시대를 능동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멈추지 않는다”…2025년이 남긴 문장
변동불거(變動不居). 네 글자로 요약된 2025년의 표정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정치적 혼란, 경제적 불안, 기술적 대전환이 한꺼번에 밀려온 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자성어는 동시에, 변화의 파도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말자는 다짐을 함께 요구합니다. 흔들림을 인정하되, 그 속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멈추지 않는 세상 속에서, 멈추지 않고 배우고 성찰하는 시민. ‘변동불거’의 진짜 주인공은 결국 우리 각자일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