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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권고’ 파장…여대 정체성과 학생 참여를 둘러싼 논쟁

취재·정리 = 라이브이슈KR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관련 캠퍼스 현장
▲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둘러싼 동덕여대 캠퍼스 풍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동덕여자대학교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가 ‘남녀공학 전환 추진 권고’ 결론을 내리면서, 동덕여대 안팎에서 공학 전환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습니다.

학내 구성원 대상 숙의조사와 타운홀 미팅 결과를 토대로 한 이번 권고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경쟁 심화 속에서 여대가 나아갈 방향을 둘러싼 상징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공론화위 “여대 유지보다 공학 전환 응답 높아”…남녀공학 권고 배경

공론화위는 12월 2일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학전환 공론화 결과에 따른 권고안’에서, 숙의기구 토론, 타운홀미팅, 온라인 설문조사 등 모든 단계에서 공학 전환 선택 비율이 여대 유지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숙의조사에 참여한 학생·교수·교직원·동문 48명으로 구성된 ‘숙의기구’에서는 공학 전환 찬성 75.8%, 여대 유지 12.5%, 유보 11.7%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타운홀 미팅과 온라인 설문, 숙의조사 등에서 일관되게 남녀공학 전환 지지가 더 높게 나타난 만큼, 대학의 장기 발전을 위해 공학 전환 추진을 권고합니다.”
– 동덕여대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 권고안 중

타운홀 미팅(참가자 406명)에서도 공학 전환 57.1%, 여대 유지 25.2%로 공학 전환 쪽 의견이 우세했다는 설명입니다. 공론화위는 이를 근거로 “여대 유지 의견을 존중하되, 공학 전환을 추진하되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덕여대 공학전환 관련 회의 및 발표
▲ 동덕여대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 권고안 발표 관련 보도 화면. (사진=경향신문 캡처)

‘래커칠·본관 점거’ 1년 만에 다시 공학 전환 기로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학교가 학생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했다는 비판 속에, 학생들이 본관 점거와 이른바 ‘래커칠 시위’를 벌이며 전국적 이슈가 된 바 있습니다.

당시 학교 측과 학생들은 갈등 끝에 ‘공학 전환 여부를 숙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논의하겠다’고 합의했고, 그 결과 만들어진 기구가 바로 동덕여대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였습니다.

이번 남녀공학 전환 권고는, 그 숙의 과정의 1년짜리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동시에 학생 참여와 여대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을 다시 불러오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여전히 반발”…“학생 의견 반영 비율 문제” 지적

동덕여대 재학생연합과 총학생회 등 학생 단위는 공론화위 결론이 발표되자마자 즉각 반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공론화위의 남녀공학 전환 권고가 학생들의 실질적인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학생 측은 무엇보다 의견 반영 구조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학교·교수·직원·동문·학생 등 각 구성단위를 동일하게 하나의 집단으로 두고 응답을 집계하는 방식이, 재학생 수와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학생 의견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입니다.

“구성단위별로 통계를 냈다는 것은, 가장 중요시해야 할 학생들의 의견을 그저 4표 중 1표로 묵살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 동덕여대 재학생 및 동문이 SNS에 올린 비판 글 중

일부 학생들은 “공학 전환 타당성 연구 결과와 공론화 타운홀미팅 자료집조차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학 전환 근거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검증하기 어렵다”고도 비판했습니다.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의 공학 전환 반대 움직임
▲ ‘공학 전환 권고’에 반발하는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사진=한겨레 캡처)

정문 대자보·온라인 연대…“여대 정체성 소멸 우려”

캠퍼스 현장에서도 동덕여대 공학 전환을 둘러싼 갈등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에는 “동덕여대는 대자보 탄압을 멈추고 학생 목소리에 응답하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돼, 학생 의견을 우선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학생·동문 계정으로 보이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대를 지키는 일은 과거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주체로 존재하는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는 문장이 빠르게 공유되며, 여대 정체성 유지를 요구하는 연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현실을 단순히 ‘세상이 변했으니 여성전용 대학은 필요 없다’로 치환할 수 없습니다. 여대의 존재 이유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입장문 발췌

특히 성폭력·스토킹·불법촬영, 채용·임금 차별 등 여성이 겪는 현실을 언급하며, “여성이 안전하게 학습하고 사회 진출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여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대학본부 최종 결정 남아…총장 승인 이후 향방 주목

이번 동덕여대 공학 전환 권고안은 아직 ‘결론’이 아닌 ‘권고’ 단계입니다. 공론화위의 결과는 총장의 승인과 대학본부의 공식 의결 절차를 거쳐야 최종 확정됩니다.

따라서 향후 일정은 ① 공학 전환 타당성 연구 결과 공식 공개② 학생·동문 의견 수렴 방식 재점검③ 이사회 및 대학본부 최종 결정 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향후 일정은 학교 공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학생·동문·교수·직원 등 학내 구성원이 겪어온 갈등의 강도를 감안할 때, 대학본부가 어떤 방식의 참여·소통 구조를 제시하느냐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핵심 쟁점 1 – “학령인구 감소 속 생존 전략 vs 여대 정체성 수호”

동덕여대 공학 전환 논쟁의 바탕에는 크게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속 대학 생존 전략, 다른 하나는 여성 고등교육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입니다.

공학 전환을 찬성하는 측은, “여대라는 틀을 유지할 경우 지원자 저하와 전공 다양성 축소,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남녀공학 전환을 통한 지원자 저변 확대를 강조합니다.

반대로, 여대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구조적 차별과 폭력의 위험 속에 있다”여대의 안전한 학습 환경과 여성 리더 양성 기능을 이유로 듭니다.

  • 찬성 측 – “동덕여대 공학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입니다.”
  • 반대 측 – “여대의 소멸은 곧 여성 주체 공간의 축소이며, 장기적으로는 여성 교육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쟁은 단순한 입시 제도 변경이 아니라, 대학 구조조정과 젠더 정의라는 두 축이 맞부딪힌 복합 이슈로 읽힙니다.


핵심 쟁점 2 – “숙의 민주주의 실험”이 남긴 과제

이번 사안은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바로 대학 내 숙의 민주주의가 실제로 얼마나 구성원 참여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동덕여대는 지난해 갈등 이후 타운홀 미팅, 숙의기구, 온라인 설문조사 등 비교적 다양한 참여 장치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기존 한국 대학에서 흔치 않던 숙의 절차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 발표 직후부터 학생 의견 반영 비율, 자료 공개 수준, 논의 구조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은, “형식만 숙의, 실질은 일방 결정”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습니다.

“그럴듯한 절차만 만들고, 학생과 동문을 압박해 결국 원하는 결론을 끌어낸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 일부 동문·재학생 SNS 반응 종합

향후 동덕여대가 숙의 과정 전반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판을 어떻게 수용·보완하느냐는 다른 대학의 공학 전환·구조조정 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동덕여대 구성원이 체크해야 할 실질적 포인트

실제 동덕여대 재학생·수험생·학부모·동문 입장에서는, 이번 남녀공학 전환 권고가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항목을 중심으로 학교 공지와 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공학 전환 시점과 적용 대상
    – 공학 전환이 입학 연도 기준으로 언제부터 적용되는지, 재학생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2. 모집단위·전공 구조 변화
    – 일부 학과의 통폐합, 신설 전공 여부, 남녀 비율 조정 등 학사 구조 개편 계획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3. 여성 안전·젠더 폭력 방지 대책
    – 공학 전환 이후 기숙사·캠퍼스 공간·학생자치 영역에서 여성 안전을 보장할 제도와 예산이 어떻게 마련되는지 중요합니다.
  4. 장학제도 및 재정 운용 계획
    – 공학 전환 명분 중 하나가 재정 안정과 경쟁력 강화인 만큼, 구체적인 재정·장학 로드맵이 제시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5. 의견 수렴 창구와 참여 방식
    – 추가 공청회, 설문, 학생대표 참여 기구가 운영되는지, 학내 구성원이 실질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보장되는지가 핵심입니다.

이 같은 정보는 주로 학교 공식 홈페이지 공지사항, 단과대·학과 공지, 총학생회 및 재학생연합 채널을 통해 공개되므로, 관련 당사자라면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덕여대 공학 전환” 논쟁, 한국 고등교육의 단면

동덕여대 공학 전환 여부는 한 사립대학의 진로를 넘어, 한국 고등교육이 저출산·양극화·젠더 갈등 시대에 어떤 가치와 원칙을 선택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읽힙니다.

대학은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조 조정을 추진하고, 학생과 시민사회는 참여와 절차의 정당성, 교육의 공공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접점에서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충분한 정보 공개와 투명한 절차, 학생과 구성원의 실질적인 참여 없이는 그 결정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공학 전환’을 둘러싼 이번 논쟁이, 동덕여대를 넘어 한국 대학 사회 전반의 민주적 의사결정 문화를 성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동덕여대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 권고안, 연합뉴스·경향신문·조선일보·한겨레·MBC 등 주요 언론 보도와 공개된 학내·온라인 반응을 종합해 작성했습니다.

대표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https://ww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