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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이라는 이름이 다시 공론장에서 무겁게 호명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기업의 온라인 마케팅 문구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민주주의의 대가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문구 실수 차원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진행된 이른바 ‘탱크데이’ 행사와 함께 사용된 표현이 과거 국가폭력의 상징을 떠올리게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박종철 사건이 다시 국민적 관심의 중심에 섰습니다.

스타벅스 마케팅 논란 관련 보도 이미지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

박종철 사건은 1987년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대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서울대 학생이었던 박종철 열사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문을 당해 숨졌고, 이후 수사기관이 사건의 진실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많은 국민에게 각인된 문장이 있습니다. 당시 치안본부는 사건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는 취지의 발표를 내놓았고, 이는 오랫동안 권력의 거짓 해명과 국가폭력 은폐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남았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문구 역시 이 역사적 맥락을 떠올리게 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졌습니다. 여러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스타벅스코리아는 5월 18일 진행한 온라인 행사에서 ‘탱크데이’라는 명칭과 함께 박종철 사건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고, 이후 이벤트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실제로 보도에 따르면 회사 측은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유가족,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또한 내부적으로 역사 의식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습니다.

이 사안이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분명합니다. 5·18박종철 사건은 각각 따로 존재하는 역사적 비극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가 어떤 희생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를 연상시키는 표현이 상업적 문맥에서 가볍게 소비될 경우, 시민들이 강한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여기서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은 박종철 사건의 역사적 위치입니다. 1987년 1월 발생한 고문치사 사건은 처음에는 축소 발표로 덮이는 듯했지만, 같은 해 5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사건 은폐와 조작 정황을 폭로하면서 진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폭로 관련 보도 이미지
이미지 출처: 파이낸셜리뷰

이 폭로는 단지 한 사건의 재조명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누적돼 있던 민주화 요구와 분노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도화선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다시 말해 박종철 사건은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민주주의 전환의 분기점으로 기억됩니다.

이 때문에 오늘날에도 박종철이라는 이름은 역사 교과서 속 인물에 머물지 않습니다. 언론, 교육, 시민사회, 문화예술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그 이름이 국가폭력에 대한 경계, 진실 은폐의 위험,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함께 환기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왜 특정 표현 하나가 이렇게 큰 문제가 되는가”라는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은 단어 그 자체보다 그 단어가 축적한 기억의 무게로 읽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문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공동체의 상처를 되살리는 언어일 수 있습니다. 🕯️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마케팅은 짧고 강렬한 표현을 선호하지만, 사회적 참사나 민주화운동, 국가폭력 피해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를 무심코 차용할 경우 브랜드 신뢰는 빠르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역사 감수성 없는 문구가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부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장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더 나아가 이번 논란은 한국 사회의 기억 문화가 어디까지 왔는지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지나칠 수 있었던 표현이 이제는 시민 감시와 온라인 공론장을 통해 즉각 검증되고, 문제 제기가 빠르게 확산됩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사회적 긴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 사회의 집단적 학습 과정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현재의 책임입니다.

박종철 사건을 둘러싼 이번 재조명은 단지 기업의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왜 이런 표현이 기획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았는지, 조직 내부의 검수 체계와 역사 교육이 충분했는지, 그리고 공적 기억을 다루는 사회적 기준이 얼마나 정착돼 있는지를 함께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박종철이라는 이름을 다시 검색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가 왜 1987년 민주화의 상징이 되었는지, 왜 지금도 공공언어와 광고 표현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지, 그리고 왜 한국 사회가 이 이름을 함부로 소비해서는 안 되는지까지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하나의 문구가 아니라 기억과 책임의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박종철 사건은 여전히 끝난 과거가 아니며, 5·18 민주화운동과 함께 오늘의 시민사회가 어떤 언어를 용인하고 어떤 태도를 경계해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역사 앞에서의 세심함이야말로 공적 소통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이번 사안은 다시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2026.05.18 보도 기준